TwinFlame 트윈플레임


YK Presents
2025.03.08.-2025.04.05.
조은시 개인전

기획 글 오상은
디자인 아페퍼
촬영 김명찬


주최•주관 : 조은시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2025년 청년예술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TwinFlame》(2025, YK Presents) 전시 전경
Installation view: 《TwinFlame》(2025, YK Presents)


서문
오상은



사회라는 넓은 범주가 우리라 칭하는 좁은 관계로, 우리가 나와 너로, 우리에서 분리된 너와 나라는 관계 속에서 ‘나’만 남기까지의 궤적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내가 나로부터 시작해 나와 너로, 너와 내가 우리로, 우리라 칭하던 좁은 관계가 사회라는 넓은 범주로 확장되는 기제의 강력한 전제 조건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은시 작가는 ‘닮음’을 전제로 한 불가항력 속 만남과 헤어짐, 개인과 전체가 상호 공명하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


바다와 비와 바람과 태풍 : 기의로 결합하는 정체성

한 벽면을 가득 채운 화면에는 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하얀 거품과 물결이 일며 일렁이는 화면 위로는 빈 철제 양동이가, 하단에는 작은 방파제들이 자리해 있다. 이 장면에서 각기 다른 요소들은 개별화된 존재로서 독립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 얽히고 결합해 하나의 큰 의미를 전달한다. 이러한 구성은 니체가 말한 ‘개별화의 원리’처럼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인 맥락을 이루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조은시 작가는 개별적인 요소들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각 객체가 ‘자기 극복’과 ‘자기 창조’의 의미를 형성하는 순간을 그려낸다. 이는 마치 한 사건의 장면을 구성하는 모든 주체가 처음에는 개별적인 존재로서 분리되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정체성을 창조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과 같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 다른 곳을 보자. 이번에는 회오리바람을 중앙에 두고 휘몰아쳐 쏟아지는 빗물과 용오름이 한 화면 위에 모여 있다. 이 장면들 역시 각기 다른 형태로 독립적인 존재를 가지지만, 모였을 때 하나의 형식을 형성하며 새로운 차원의 해석을 이끌어낸다.

때로는 분할된 칸 속의 어떤 그림은 입체 구조물에 얹어져 뜻밖의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 긴장감은 기존의 질서를 넘어서 새로운 가능성과 변화의 순간을 예고한다. 작품 속의 다양한 분할된 칸과 그 안에 담긴 요소들은 관객이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개별화된 존재들이 다시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루는 순간을 맞이하게 한다.



인[因]과 연[緣]의 궤적 : 기호가 표시하는 관계 속 역학관계

전시장에 산재한 작품들은 비선형적인 구조를 띠는 한편, 보는 이의 시선에 의해 유사한 점들이 연결됨으로 선형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또한, 작품들 위로 선과 삼각형 같은 기호가 놓이면서 기표와 기의의 관계처럼 불가분의 관계가 형성된다. 마치 서로가 하나인 영혼에서 분리된 제2의 존재처럼 서로 얽히며 생성되는 의미의 흐름은 ‘인연’의 궤적을 닮는다. ‘인연’의 궤적을 닮는다. ‘인연’은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비가시적인 영역의 영적 공명과도 같은 개념으로서 그 안에는 ‘원인’과 ‘결과’ 그리고 그들 간의 관계가 이어지는 길이 숨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사용되는 기호들은 단순히 공간적 구성을 넘어서 기표와 기의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작품의 서사를 강화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기호는 관객에게 불가사의한 물음을 던지며 이야기를 추론하게 하고 그 과정 속에서 바다, 양동이, 방파제, 회오리, 허리케인, 토네이도, 나무, 밤 등 독립적으로 구분되었던 요소들이 상호 얽히며 형성되는 맥락을 구체화한다. 전시에서 나타나는 기호는 ‘돌발성’에 의한 것이 아닌 도식화된 도구로서 인연의 궤적처럼 이어지는 흐름을 인식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전시 제목에 사용된 ‘트윈플레임(TwinFlame)’이라는 용어는 소울메이트(Soulmate)와 비슷한 인상을 주지만, 명확히 구분되는 차이가 있다. 소울메이트가 서로 다른 영혼이 하나로 합쳐지는 관계를 의미하는 반면 트윈플레임은 하나의 영혼이 다회의 내세를 거쳐 점점 서로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운명을 지칭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운명에 의해 예정된 만남을 경험하기도 하며 그 끝이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 이들과 관계를 맺곤 한다.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 속에서 전시된 작품들처럼 서로 닮은 듯 다른 각각의 요소들을 통해 유한한 삶의 흐름을 돌아보며 불가항력으로 끌리고 마는 비가시적인 힘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하드보일드, 2025, 판넬에 유채, 25 × 70 cm
Hardboiled, 2025, oil on panel, 25 × 70 cm  




크고 작은 것, 2025, 캔버스에 유채, 193.9 x 260.6 cm
Big and Small Things, 2025, oil on canvas, 193.9 x 260.6 cm



 
방법론적 접근, 2025, 캔버스에 유채, 65 x 65 cm
A Methodological Approach, 2025, oil on canvas, 65 x 65 cm



 
땅속 연대기, 2025, 판넬에 유채, 화산석, 45 x 30 x 30 cm
Chronicles of the Earth, 2025, oil on panel, volcanic stone, 45 x 30 x 30 cm



 
관성적 태도, 2025, 스테인리스, 판넬에 유채, 210 x 146 x 61 cm
Inertial Attitude, 2025, Stainless, oil on panel, 210 x 146 x 61 cm




가출, 2025, 판넬에 유채, 25.5 x 42.5 cm
Runaway, 2025, oil on panel, 25.5 x 42.5 cm




평행세계, 2025, 판넬에 유채, 20 x 26 cm
Parallel Worlds, 2025, oil on panel, 20 x 26 cm




세 형제, 2025, 캔버스에 유채, 33.4 x 53 cm
Three Brothers, 2025, oil on canvas, 33.4 x 53 cm




10분의 9, 2025, 캔버스에 유채, 145 × 97.5 cm
9/10, 2025, oil on canvas, 145 × 97.5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