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 Eunsi 조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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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Solo Exhibitions
SouthPaw 사우스 포
At the Edge of Atlas’s Shoulder  아틀라스의 어깨 끝
Twinflame  트윈플레임

Group Exhibitions
Feel like having some brandy 브랜디를 마실 것 같은
Pincer Attack 핀서 어택
Nati Liquidi 액체세대
애비뉴: 기억하기, 회억하기, 깨어나기
Perigee Winter Show 2024
Paths opening from dead ends 막힌 곳에서 열리는 길
TOUCH AND GO
Trevnoc Project
ArtRecipe  1room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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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Paw
사우스 포



FIM SEOUL
2026. 3. 14 – 4. 18.
조은시 개인전

서문 안민혜
디자인 y!factorial 이승현
촬영 홍철기
설치 스마일아트
비평 최희승
번역 검수 김나라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FIM OPEN CALL 2026 DIVE POINT
2026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 프로젝트

서문 

역습의 연습

〈SouthPaw〉(사우스포)는 권투와 야구에서 왼손잡이 선수를 가리키는 용어다. 권투에서는 대부분의 선수가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오른손을 뒤에 두고 왼발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이 자세를 오소독스(Orthodox, 정통 자세)라고 부른다. 반대로 사우스포는 오른발을 전방에 두고 왼손을 후방의 주력으로 배치하는 자세를 뜻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좌우 반전이 아니라, 거리 감각, 타이밍, 시선의 정렬, 공격과 방어의 리듬에 혼란을 주는 변칙이며, 그렇기에 상대 선수에게 ‘오소독스’가 얼마나 깊게 내면화되어 있었는가에 따라 그 효과가 증폭되어 치명적인 역습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방향 전환이 전략적 우위로 승인되어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과 달리, 일상적 공간에서의 방향 전환은 대체로 규범 위반으로 간주된다. 예컨대 보행의 우측통행 규칙은 안전과 충돌 회피를 위한 사회적 조정 장치이자 약속이며, 그 규칙을 거스르는 행위는 위험 또는 피해의 원인으로 간주된다. 이때 방향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질서를 위한 기본 방침이며, 그것을 지켜내는 것은 사회의 합의된 표준을 수행하는 것이고, 따르지 않는 것은 그 표준을 교란하는 제재의 대상이다. 게다가 이 ‘정통’이 단지 사회 문화적 약속이나 규범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절대적 ‘사실’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이것을 거스르는 행위는 단순한 비협조가 아닌, ‘객관적’이고 ‘합리적’ 개념으로 정당화되는 표준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며, 때로는 정통 지식에서 벗어난 ‘이단’이나 ‘실패’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통’은 불안과 위험으로부터 시민과 사회를 지켜낸다는 인식 아래, 쉽게 변경하거나 거스를 수 없는, 사회 통솔의 장치로 기능한다. 

전시는 이러한 객관성의 언어가 감각적으로 구축해 온 ‘옳은’ 지식과 지배적인 인식 장치들을 거부하는 것을 사우스포로 명명하며, 이에 대한 거부를 재치 있는 역습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사회적 규범의 설정을 넘어, 지구적 진리로 여겨지는 더 거대하고 불가피한 질서, 즉 태양과 중력, 그리고 시간을 일종의 ‘오소독스’로 설정하는데, 그 엉뚱함과 작품들이 드러내는 유머러스한 표현들은 거대한 반박이나 선언으로 관객을 짓누르는 대신, 다른 방향감각의 가벼운 시도를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창가에 놓인 해시계는 절대적인 존재인 태양의 운동을 기준으로 시간을 읽는 장치다. 그러나 작가는 그 반대편에 또 하나의 태양을 설치하여 해시계가 단일한 기준에 의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는 인상을 교란하려 한다. 그러나 이 가짜 태양은 마치 진짜 태양이 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듯, 작고 소박한 형태로 설치되어 관람객이 ‘태양’이라는 - 정면으로 볼 수조차 없으며 때로는 신’처럼 여겨져 왔던 - 이 절대적 표상을 친숙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로써 서로를 끌어당기는 행성들의 중력과 시간이라는 절대적 힘마저 약화시키고, 그것을 기준으로 작동하는 섭리들을 은근슬쩍 해체하여 절대적 존재들을 가볍게 비틀어 볼 수 있는 상상이 시작되도록 한다.

이러한 엉뚱한 상상, 혹은 질서의 교란은 또 다른 설치 작품과 회화 안에서도 보여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모되고 뒤엉켜 무질서의 형상을 띄게 된 붓은 반듯한 결을 가진 형태로 다시 등장하기도 하며, 빨래 건조대의 빨래처럼  설치된 드로잉들은 꽤 높은 확률로 실패하기 쉬운 - 이끼가 끼는 부분, 나이테의 두께, 개미집의 구멍, 강아지의 소변보는 자세 등의 - 방위를 파악하는 방법들을 묘사한다. 그 뒤 높게 쌓인 흰색 티셔츠 더미 위에는 버려진 듯한 - 그러나 정확한 방위를 가리키는 - 드로잉들이 올려져 있어, 전시가 ‘오류’를 의도적으로 노리고 있음을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한다. 전시장 전체에서 이러한 역방향, 또는 오류의 구성은 반복된다. 하나의 정방향과 그것을 교란하는 역방향의 형태가 짝을 이루어 등장하기도 하고,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소재들이 화면 안에 배치되기도 한다. 이러한 배치는 방향을 단일한 축으로 고정하기보다, 방향이 언제나 관계적인 - 대칭과 비대칭, 주와 보조, 기준과 예외 - 방식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작가는 공인된 법칙들과 그렇지 않은 오류의 (또는 자신만의) 법칙들을 마구잡이로 뒤집으며 놀이의 기술로 사용하면서, ‘정통’이라는 상대가 빈틈을 보이기만을 기다린다.

갤러리 중앙 벽에 설치된 대형 회화에서는 이러한 충돌이 장면화된다. 서로를 반대항으로 호출하는 검은 돌과 흰 돌이 폐허의 전장에서 충돌하며 마찰음을 내는 장면은 ‘양자 대립’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전쟁의 어휘로 전치한다. 이 그림은 여러 면에서 당혹스럽기도 한데, 거대한 사이즈와 전장의 묘사는 이것이 우습게 볼 수 있는 싸움이 아니라는 - 즉 우리 일상에서 이분법적 구분이 얼마나 강력한 조직 원리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다시 ‘알까기’라는 우스운 게임의 형식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가 거대 담론의 기호가 아니라, 붓이나 바둑알처럼 일상적이고 작은 사물들을 선택하는 것은 비판의 강도를 약화시킨다기보다, 충돌과 마찰을 곧바로 위협의 서사로 고정하지 않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작품은 절대적 기준과 역행의 시도를 극단적 대결로 밀어붙이기보다, 사소한 것들의 스케일과 가벼운 전환을 통해 관람객이 ‘정통’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방향을 다시 실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전시는 오히려 ‘웃음’으로 가드를 내린 ‘오소독스’를 역습할 기회를 노린다.

이에 더해 작가는 소재들을 통해 우화적인 장면으로 배열함으로써, 규범과 전복을 둘러싼 언어가 가진 과잉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완화한다. 분할된 회화의 화면은 게임 속 장면이나 만화의 패널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예술이라는 권위를 갖춘 시각적 문법 대신 친숙함과 가벼움의 문법을 택한다. 또한 이러한 분할의 장면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를 품은 듯한 그림들은 관람객이 부담 없이 장면들 사이를 이동하며 서사를 조립하도록 만드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동시에 화면 내부에서 시퀀스처럼 전개되는 우화적 서사는 부드럽고 낮은 톤으로 일상 규범의 작동 방식에 질문을 제기한다.

〈SouthPaw〉가 제안하는 ‘역방향’은 거대한 파열이나 영웅적 전복의 수사가 아니다. 전시는 태양, 중력, 시간 같은 불가피한 조건을 정통의 자리로 호출하면서도, 그 조건들이 우리의 인식과 판단을 조직하는 방식에 언제나 조정 가능성과 여백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익숙한 이미지 문법과 사소한 사물들, 우화와 유머의 제스쳐는 관객이 보다 가볍게 다른 방향을 시험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역습은 승패의 결론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잡아보는 연습, 즉 표준에 길든 몸이 잠시 다른 리듬으로 움직여보는 실험으로 남는다.






《SouthPaw》(2026, FIM) 전시 전경
Installation view: 《SouthPaw》(2026, F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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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타기, 2026, 140 x 150 cm, 스테인리스, 나무 판넬에 유채, 조약돌
ladder game, 2026, 140 x 150 cm, stainless steel, oil on wood panel, pebbles